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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이’의 치료비 전쟁… 누가 책임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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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맘스그램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25-04-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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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가 한창 심했던 2020년에 태어난 A(5)군은 36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문장을 구사하지 못했다. 걱정이 된 A군 어머니는 부설 발달센터가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 의원에서는 검사 결과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인지·소근육 발달이 모두 늦다며 여러 치료를 권했다. “실손보험이 적용된다”는 말과 함께였다. A군은 그때부터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 ▲언어치료 ▲미술치료를 평일 오전 1회씩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치료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보험사(메리츠화재)에서 감사 통보 문자가 왔다. 지급 총액이 1000만 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A군 가정은 매달 치료비로 약 162만 원을 지출하고, 이 중 80% 가량을 실손으로 충당해 왔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접수돼 처리된 보호자와 보험사간 발달 지연 아동 분쟁 건수가 크게 늘었다. 2021년에는 6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143건으로 증가했다. 어린이 실손의료보험 보유 계약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이 2022년 현장 조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메리츠화재도 의료 자문 수를 늘리고 나섰다.

‘발달 지연 아동을 외면하는 나쁜 보험사’, ‘제도를 악용하는 치사한 병의원 부설 발달센터’, ‘보험금을 부정 수급한 뻔뻔한 보호자’. 모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발달 지연 실손보험 갈등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세 편에 걸쳐, 갈등을 대해부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이번 편에서는 현재 시스템의 한계를 분석한다.

◇실손보험 청구, 언제 가능할까?
발달 지연 관련 실손 보험금은 R코드를 부여받은 발달 ‘지연’ 아동이 ‘병의원 부설 센터’에서 치료받았을 때만 청구할 수 있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섭 교수는 “R코드는 일종의 임시 분류”라며 “아직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아이의 발달이 늦을 때, 증상에 대해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의료계에선 아이를 수개월에 걸쳐 관찰한 후 발달이 정상 범주에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질환을 특정하고 발달 ‘장애’에 해당하는 F코드를 부여한다. 이땐 실손보험 약관의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발달 지연으로 진단받으면 향하는 치료 센터는 크게 일반적인 사설 센터와 병의원 부설 센터로 나뉜다. 사설 센터에서 받은 치료는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하다. 치료 1회마다 약 5만 원을 100% 자부담해야 한다. 반면, 병의원 부설 센터에서 받은 치료는 의사 처방이 있기 때문에,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치료 1회에 8만 원가량인데, 보험금을 받으면 자부담금은 1만~2만 원으로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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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시스템의 폐해… 보험금 위한 ‘비전문’ 운영 난립
당연히 발달지연 아동 가정은 누구나 R코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한 채 병의원 부설 센터에서 치료 받고 싶어한다. 이 시스템에 금이 가고 있다. ‘보험사 심사’는 갈수록 엄격해지는데, ‘치료 단가’가 올라 보험 의존도는 더 올라갔다.

보험사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긴 게 문제라고 봤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급 보험금이 증가하면 실태 조사에 들어가는데, 들여다보니 관련 시장에서 발달 지연 아동을 소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매우 많았다”며 “보험금 심사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발달 지연 치료비 실손 지급금은 2018년 277억 원에서 2023년 1599억 원으로 급증했다(14개 손보사 지급금 추정치).

보험사가 인지한 문제는 이렇다. 병의원 부설 센터에서 또래보다 발달이 늦어져 걱정하는 정상 범위 자녀 부모를 꼬드겨, “발달 지연을 겪고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치료를 받도록 한다. 이때 “실손 처리가 된다”며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덤이다. 안과·성형외과·산부인과 등 발달장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사도 나서 아동에게 R코드를 부여하고, 나머지 치료는 고용한 민간자격자가 모두 알아서 한다. 실제 손해보험협회가 금융감독원 입법조사처에 지난해 9월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전문 진료과(소아과·재활의학과·정신과 외)에서 개설한 부설 센터가 2018년 20.1%에서 2023년 상반기 38.8%로 크게 증가했다. 심지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아동 발달 지연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한 311개 의료기관 중 68%에 해당하는 212개 기관이 의사 면허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으로 집계됐다.

실제 한 정형외과 부설센터에서는 지능검사(IQ) 124인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2년 가까이 언어치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언어 치료라는 명목으로 병의원 부설센터에서 수영, 볼링, 암벽등반, 축구 등을 진행한 후 보험급을 청구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 병원들은 무료로 아동 발달 검사를 해주겠다며 이벤트를 열어 부모를 끌어모으기도 했다”며 “의료기관이 이런 부설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치료사를 모집하고 인테리어를 설계해 준 뒤 매출액 일부를 챙기는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한 실정”이라고 했다.

치료 단가가 올라가는 부작용도 생겼다. 병의원 센터 이용자가 증가해, 사설 센터에서 일하던 재활사가 병의원 센터로 이동했고, 구인이 어려워진 사설 센터가 재활사 인건비를 높인 탓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년 만에, 민간에서 제공하는 발달재활서비스 평균 단가는 그간 18.5% 증가했다.

◇진짜 환자는 외면? 최적 치료에서 멀어지는 아이들
모든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민간 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발달 지연·장애 아동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F코드를 ‘낙인화’ 하기 때문이다. 강원대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황준원 센터장(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많은 보호자가 진짜 원인은 제쳐두고 증상 중 극히 일부인 언어 지연(R62)만 진단을 내려달라 등을 요구한다”며 “허위 진단서를 쓸 수없는 노릇인 데다, 아이가 최적화된 치료도 받을 수 없게 돼 ‘나는 못한다’고 거절한다”고 했다. 소아정신과 의료진 다섯 명 중 한 명은 “F코드 대신 R코드를 기재해달라고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 조사가 있다. 동국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는 “F코드를 받아야 할 아이가 R코드로 치료받는 것은, 우울증 때문에 만성 피로가 생긴 사람이 우울증 치료 없이 만성 피로 치료만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F코드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마땅히 F코드로 확진받고, 이에 대한 종합적 치료를 받아야 발달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동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워졌다.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발달장애 아동은 병의원 부설 센터 가격 부담이 커, 주로 국가에서 바우처를 제공하는 사설 센터를 이용한다. 바우처는 한 달에 최대 25만 원 지급된다. 한 달에 적어도 100만 원 이상의 치료비가 드는 걸 고려하면, 치료 단가가 올라갈수록 장애 아동 가정의 부담은 매우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자녀를 둔 B씨는 “발달장애 보험금 관련 뉴스가 나면 결국 치료비 증가로 이어지진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며 “더 이상 올라가면 정말 감당할 수 없어, 걱정이다”고 했다.

◇의료진·보험사·보호자 모두 “제도 바꿔야”
발달 지연·장애 아동 보호자, 보험사 관계자, 의료진 모두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 모아 얘기한다. 의료진은 R·F코드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실손보험 약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황준원 센터장은 “증세가 가벼우면 보험금이 지급되고, 중대하면 지급이 거절되는 지금의 약관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오랜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오히려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의 보험 가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정부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 두 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첫째는 태아보험과 어린이보험에 발달 지연에 대한 보장 범위를 포함시키고, 민간 보험사가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간과 공공보험을 연계하는 것”이라며 “둘째는 장애나 발달 지연이 확실한 경우, 집중 치료가 필요한 12세까지는 공공보험 체계에서 지원하고, 13세부터는 발달재활서비스라는 바우처 제도를 통해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이다”고 했다.

보험사에서는 급여화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보 재정이 아닌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보전하는 전액 부담 100% ‘급여화’”라며 “어떤 과에서 어떤 진료로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공적 지원을 강화해 민영보험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해외 발달지연 아동 조기개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진단 없이 발달 지연 징후만 있어도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공동으로 재정을 부담하는 메디케이드로 발달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민간 보험 가입이 어려운 중산층 아동도 공공의료보장제도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주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장애인보험제도로 ‘개인 예산’을 배정받아 개인이 원하는 발달재활서비스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일본도 지자체 복지 예산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 민간 보험의 역할을 축소했다. 보험연구원 이은영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발달 지연 치료비를 건보 급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하고, 바우처 지원금을 현실화해 치료 횟수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치료사 자격 요건과 치료센터 운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감독 기구를 신설하고,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장기적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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